책에 취하다

기이 하여라!
먹은 누룩으로 빚은 술이 결코 아니고, 서책은 술통과 단지가 아니거늘
이 책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으랴?
그 종이로 장독이나 덮을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기를 사흘이나 오래 하였더니,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다.
위장안의 비린 피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마음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어,정신을 기쁘게 하고
온 몸을 안온하게 하여주어,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하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별천지)의 곳으로 빠져 들었다.
아아! 이것이 바로 술지게미 언덕위에 노니는 즐거움이니,제구(절묘한 시어)에 깃들어 살아감이 마땅하도다.

--이 옥--

책을 좋아하고 술울 좋아 했던 이 옥(정조때 성균관 유생)이 "시여취" 읽고
술을 마신것처럼 취하여 토해낸 시여

by 혜광 | 2005/02/20 15:49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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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머릿속 늘어놓기 at 2005/02/20 16:09

제목 : 책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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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슬픈♥전설◁ at 2005/02/20 16:14
^^....술 지게미 언덕 위에 노니는 즐거움.....아....천국이겠군요.
Commented by 혜광 at 2005/02/20 20:48
슬픈 전설님 술지게미 언덕 위에서 놀아 보실랍니까.ㅎㅎㅎ
Commented by 들꽃 at 2005/02/21 10:01
도대체 어떤 책이였길래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머금어 나왔을까요???

중딩시절 베르사이유의 장미란 만화책 전권을 교복도 안벗고 밤새워 읽었을때의 감동,
고딩시절 헤르만헷세에 푹빠져서 수업시간에조차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때의 감동,
대딩시절 몇날을 거의 방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성경책을 끼고 살았을때의 감동...

그런 감동이 요즘은 좀체 생기지가 않으니... 마음이 늙었나봐요 ㅠ_ㅠ
Commented by 초보애기엄마 at 2005/02/21 12:02
한때 정말 책을 좋아한적이 있었지요.
친정엔 제가 사다모은 책으로 제방이 한 가득이랍니다.
지금은 게을러져 일년에 손꼽을 정도로 읽으니...
Commented by 혜광 at 2005/02/21 13:03
들꽃님 마음이 늙은게 아니라 세상 그물에 걸려 옴짝 달싹 못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네요.
Commented by 혜광 at 2005/02/21 13:04
초보애기엄마님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아이를 위해서 다시 책속으로 빠져 보는것이 어떨런지요.
Commented by 현아 at 2005/02/21 15:45
종종 시에 취해보지만,
지금은 잠에 취해 비몽사몽입니다.
많이 춥네요. 이 추위가 어서 가시길 바래봅니다.
Commented by 혜광 at 2005/02/21 19:17
현아님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찜질방에라도 다녀 오세요.
제맘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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